Elige una pista para reproducir
비가 내리던 오후
버스 정류장 지붕 아래
젖은 어깨를 털어 내리며
나는 한 발짝 물러섰지
옆에 서 있던 사람들
저마다 다른 표정으로
집으로 가는 길일지
아니면 또 다른 어딘지
비 오는 날의 버스 정류장
유리창에 흐려진 세상 사이로
잠시 멈춰 선 이 시간만큼은
다들 어딘가 같은 곳에 있는 것 같아
나도 어딘가로 가야 하는데
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
번호표만 바라보다가
버스를 몇 대나 그냥 보냈네
우산 없이 뛰어오는 아이
손을 흔드는 누군가
그 작은 장면 하나에도
왠지 가슴이 먹먹해져
내릴 곳을 눌러야 하는데
자꾸 내리지를 못하듯이
해야 할 말이 있는데도
입술 사이에서만 맴돌아
비 오는 날의 버스 정류장
유리창에 흐려진 세상 사이로
잠시 멈춰 선 이 시간만큼은
다들 어딘가 같은 곳에 있는 것 같아
나도 어딘가로 가야 하는데
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
번호표만 바라보다가
버스를 몇 대나 그냥 보냈네
비가 그치면 언젠가는
나도 타야겠지 어느 버스든
오늘은 그냥 여기 서서
조금 더 나를 기다려 볼래